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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승호| 작성일 :23-08-0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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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모녀〉 1950년

〈평원유격대〉 1955년

〈상감령〉 1956년

〈다섯송이 금화〉 1959년

2023년 2월 7일, 참 해빛이 좋은 날, 동북의 광활한 대지에는 두터운 눈이 덮여있었다. 나는 장춘에 도착하기 바쁘게 그토록 가 보고 싶은 장춘영화촬영소 옛터 박물관에로 향했다. 한것은 이 영화박물관은 내 인생의 하나 하나의 발자국과 더불어 나의 잊을 수 없는 기억, 아름다운 기억 또는 슬픈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때문이다.

내가 처음 본 영화가 바로 장춘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백모녀〉이다. 내가 4살을 넘던 그해 봄이였는데 아버지가 나를 목마 태우고 4리 길을 걸어 공사마당에 가서 그 영화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가 당도하니 영화는 이미 방영을 시작했는데 구경 온 사람이 공사마당을 꽉 채웠었다. 모두들 그래도 영사막 가까이 중간자리를 향해 비비고 들어가 보려고 아둥바둥했다.그러다 한번씩 바람을 타는 벼파도처럼 사람들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욱 밀려가기도 했는데 워낙에 키꼴이 나고 어려서부터 무공을 련마해온 아버지만은 철기둥마냥 끄떡 없었다. 그렇게 잘 버텨주는 아버지 덕분으로 나는 목마를 탄채 〈백모녀〉에 빠져들어가 희아 신세에 눈물을 흘렸고 황세인을 보면서 뼈저리게 증오했다. 영화가 끝나 공사마당에서 흩어져 나올때까지 나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얼마후부터 순회적으로 본 대대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돼 우리는 영화보러 공사에 가지 않아도 되였다. 달마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였어도 그래도 3, 4개월에 한번씩은 집문 앞에서 볼 수 있었다.

공사의 영화 방영원은 초중을 졸업한 우리 촌의 칠근이란 형이였다. 공사에서 초등 중학교 이상 학력의 지식청년을 방영원, 방송원, 전화 선로원 등 직에 초빙할 때 칠근이 형을 우리 촌의 당지부 서기가 추천했던 것이다.

우리는 〈평원유격대〉는 칠근이형이 촌에 돌아와 방영해주는 것을 보았다. 촌에서 그 영화를 방영한 후에도 나와 우리 촌 조무래기 7, 8명은 칠근이형이 방영하러 가는 5, 6개 촌을 따라다니며 보고 또 보았다. 적어도 몇리, 십몇리씩은 걸어가야 했고 가는 촌의 로천영화장은 초만원을 이루기 십상이라 앞자리로 비비고 들어갈 수 없을 땐 우리는 영사막 뒤켠의 둔덕에 올라가 보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토록 그 영화에 빠져들군 했다. 주인공 리향양에 반해 우리 몇은 리향양의 권총을 누구나 다 나무로 하나씩 모조했었다. 박물관 진렬장에 소장된, ‘리향양’이 당년에 사용했던 그 두자루 권총을 가리켜 해설원은 그 권총은 실탄총이라면서 당년에 특별히 신청하여 비준을 받아 이렇게 진렬할 수 있은 것이라고 말해준다. 반세기가 흘렀지만 그 권총을 바라보면서 나는 여전히 등마루가 짜릿해날 지경으로 기뻐했다.

〈평원유격대〉전시대 바로 옆에 〈다섯송이 금화〉전시판이 보인다. 전시판 속 미소 짓는 금화처녀를 바라 보면서 나의 머리속에는 이 영화와 관계되는 많는 사람과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나의 할머니가 보신 첫 영화가 〈다섯송이 금화〉이다. 할머니는 대대에서 영화를 돌려도 전쟁하는 영화를 보기 무섭다며 종래로 보러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영화 보러 간다 하면 할머니는 원두나 콩을 볶아서 우리 호주머니에 넣어주어 영화를 보면서 먹게 하였는가 하면 우리가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면 출출해한다고 어느새 쑥떡을 만들어놓기도 하고 고구마완자를 튀겨놓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 보는 날이면 우리 집은 마치도 설을 쇠는 것 같기도 했다.

나중에 우리 촌에서 〈다섯송이 금화〉를 방영했을 때이다. 말하자면 그먼저 이웃 마을 아낙네들이 〈다섯송이 금화〉를 보고 나서 우리 할머니보고 “‘금화’처녀는 정말로 꽃 같은데 우리 마을 처녀들은 ‘금화’같은 애가 하나도 안보인다니까요.” 해서 할머니는 “우리 촌의 처녀애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령리한데, 영화 속 처녀들과 견주어 볼 처녀가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안되지!”하며 반발해나섰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랑 같이 대대서 방영하는〈다섯송이 금화〉를 가 보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때 이미 팔순이 퍽 넘었고 그런데다 ‘쪽발’이였으니 할머니 걸음으로는 도저히 대대까지 갈수 없는 일이였다. 12살난 나와 14살난 형이 할머니를 번갈아가며 업고 긴 걸상까지 챙겨들고 힘겹게 대대 마당까지 간 기억이 새삼스럽다.

할머니는 그 영화를 넋을 잃고 다 보았다. 할머니는 이 세상에 영화가 그렇게 보기 좋을 줄을 꿈에서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할머니는 “‘금화’처녀가 정말로 한송이 꽃 같더라. 이쁘기도 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 ” 하며 외웠다. 그 뒤로 할머니는 영화에 인이 박혀 촌에서 영화를 돌릴 때마다 우리를 따라가겠다고 하셨다…

〈다섯송이 금화〉전시판을 보면서 나의 대학 동창인 작가 왕평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왕평과 그의 안해 당소매는 바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혼약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워낙 두 집은 장사시에서 같은 골목에서 살아온 이웃간이였는데 하루는 왕평이 당소매한테 〈다섯송이 금화〉를 보러 가지 않겠냐고 넌지시 청을 들었는데 당소매가 머리를 끄덕이며 그 청을 받아들였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왕평은 이내 집으로 달려가 입고 있은 흰색 ‘디칠량’(的确凉) 반팔 적삼을 씻어 말리우느라 반나래 역사질 했다. 당시 입고 나갈 만한 옷이 그 한견지 뿐인데 그렇다고 저녁에 땀냄새 나는 대로 당소매와 같이 ‘금화’를 보러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향수 냄새 나는 세수비누로 그 적삼을 씻어 장대기에 걸었는데 생각 밖으로 적삼이 잘 말라주지 않아 왕평은 해질녘까지 작은 마당의 해볓을 따라가며 옷을 겨우 말리워 입고 갈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왕평은 당소매의 웃는 얼굴이 볼수록 ‘금화’의 미소 짓는 얼굴과 닮아보였다고 한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도 왕평네 부부는 그렇게 아름다운 저녁에 그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작가 진아선한테도 그림속 ‘금화’와의 에피소트가 있다. 그가 희극〈조조와 양수〉를 창작할 때 밤에 배고픔을 달릴 것을 대비해 과자를 사놓느라 한 것이 통 두껑에 ‘금화’의 이미지가 박힌 과자를 사와 그 과자통을 책상과 마주한 , 머리 들면 바로 보이는 창턱에다 올려놓았다고 한다. 밤샘에 배고플 때 그 과자통 두껑을 열어 과자를 꺼내 먹기도 하지만 창작에 몰두하다 지칠 때면 한번씩 머리를 들어 그 과자통에 머물고 있는‘금화’의 미소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중간에 진아선의 안해가 그 과자통에 담긴 실마리를 알아내고 방을 청소할 때마다 그 과자통을 돌려놓았지만 진아선은 다시 매번 과자통의 ‘금화’를 마주하고야 말았다고 한다. 그렇게 진아선은 끝까지‘금화’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경전작품 〈조조와 양수〉를 창작해냈다고 한다. 그 뒤의 긴 세월 속에서 ‘금화’의 배동 하에 진아선은 많은 우수한 작품을 더 창작해냈다.

박물관에서 ‘금화’의 아름다운 이미지 사진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화’역을 맡은 배우 양려곤의 풋풋한 생활사진들도 볼 수 있다. 비록 그녀는 이 세상을 떠났으나 1959년 17살 그녀가〈다섯송이 금화〉를 촬영할 때 남겨놓은 아릿다운 미소는 영원히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이 예술의 긴 랑하는 나의 기억을 너무 많이 불러일으켰다. 〈상감령〉전시판 앞에 서고 보니 나의 귀전엔 어느새 “한 줄기 큰 강에는 파도가 넓었고…” 선률이 들려왔다. 밤하늘에 개구리 소리와 벼향기가 넘치는 고향 마을에서 이 영화를 본후로 이 노래는 여직토록 나의 인생을 동반해왔다. 수십년의 비바람 세월 속에서 내가 어디로 흘러갔든, 어떤 어려움에 부딪쳤든 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떠올리군 하였고 그러느라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어부의 노래가 서로 오고 가며 갈매기가 흩날리는 내 고향의 미라강이  떠오르군 했다...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나의 흉금은 더없이 넓어지고 나의 힘은 배가 되고 나는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도 두려움을 몰랐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전시판앞에서 폴 꼴차낀의 그 의연한 눈빛을 바라보면서 나는 여전히 온몸의 뜨거운 피가 끓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가을 하늘이 높고 별빛이 찬란한 그 밤에 중학교 운동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앞으로 나도 폴 꼴차낀처럼 강인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적을 또렷이 기억한다...

장춘영화제작소는 어언 78개의 춘추를 지나왔다. 그가 촬영하거나 번역 제작한 매 한부의 영화는 한세대 또 한세대의 성장을 동반해왔고 한세대 또 한세대의 전진을 격려하였는데 이는 한세대 또 한세대의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주었다.

이 박물관에는 장춘영화촬영소의 모든 발자국이 적혀져 있고 소장돼 있다. 포스터마다,  매 한세트의 스틸 사진들, 도구들, 음표마다에 기록되고 소장되여 있다...이 모든 것은 예술의 긴 강을 이루어 거침없이 세차게 달릴 것이며 영원히 우리 발밑의 이 다정한 땅을 촉촉히 적셔주리라.

/길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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