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행 일기| 아름다운 길림, 나 여기서 당신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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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승호| 작성일 :21-12-06 14:12|본문
‘2021 길림문화관광주'활동 려행 일기
나는 11월29일부터 12월3일까지 펼쳐진 ‘2021 길림문화관광주' 행사에 참가하는 기회를 갖게 되여 길림성의 문화와 자원, 발전의 비전들을 새롭게 알게 되였다.
11월29
11월29일 오후 ‘2021 길림문화관광주' 개막식이 장춘시 장영(长影) 음악당에서 있었다. 사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개막식이 있는 자리로 이동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있어서 내심 깜짝 놀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장춘에서 외국인을 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 (나를 포함해서 외국인이 코로나때문에 겪는 불편함이 느껴져서 어떤 동질감이 생기는 듯 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장춘영화제작소 옛터 박물관(长影旧址博物馆)인데 중국 영화 예술의 력사와 발전을 잘 전시하여 수십 년의 중국 영화 문화를 잘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길림이 영화 사업의 요람이라 자부하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음악당 1층 현장에서는 무형문화재 (非遗) 체험존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직접 외국인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 우리 한국인 셋은 차간호 어피화(鱼皮画)를 만들어 보는 신기한 체험을 하였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중국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뿌듯했다. 세 사람 모두 집중해서 한 작품을 만들었고 완성된 작품을 자기가 가져올 수 있었다.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준 주최측에 감사한다.
어피화 제작을 체험하고 있는 작자(좌2)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음악당 안으로 들어섰는데 이미 스크린에는 중국과 프랑스가 합작한 다큐멘터리 ‘분설기우(分雪奇友)가 상영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작품을 3년 동안 작업했다고 한다. 얼음이라는 생태자원의 장점을 살려 얼음관광, 얼음문화, 얼음장비 제조 등등 길림성의 산업 발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겨울 안개가 자욱하고 눈발이 흩날리는 환상적인 무대우에 ‘길림문화관광주’ 라고 쓰여진 얼음 조각 조형물이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어서 ‘함께 미래로’ 라는 주제의 음악회가 시작되였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곡들에 심취되여 곧 꿈속에 빠져들 듯했다. 첫 날의 일정을 마치고 나니 주최측에서는 래일은 짐을 싸서 오라고 한다. 새로운 곳으로의 려행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
11월30일
11월30일 오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징글징글한 (내 개인적인 생각) 눈이 오늘은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기분 탓인가...
장춘에서의 눈은 정말 함박눈이다. 계속 퍼붓듯이 와서 때로는 겁이 난다. 적당히 와야 할 텐데 불안 반, 기대 반으로 호텔 앞까지 갔다.
친절한 최국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어제 처음 뵈었지만 낯설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란 이런거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목적지는 장춘에 있는 제1자동차 홍기문화전시관(一汽红旗展馆)이였다. 견학은 안내자의 소개로 진행되였는데 우리들은 제1자동차그룹의 력사와 현대화된 생산라인을 깊이 리해할 수 있었고 진심으로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된 홍기 신에너지 승용차는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우리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승용차 옆에서 사진촬영을 하였다. 나는 같이 간 한국 친구들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검정색 멋진 차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언니 령부인 같아요...” 누군가 이렇게 외쳤고 나는 으쓱해져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전시관에는 유물, 모형, 사진, 실물 등이 있었고 중국 최초의 민족 승용차 브랜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몇 세대를 어렵게 거쳐 눈부신 발전을 해온 홍기차에 감탄하며 버스에 올랐다.
12월1일
12월1일이다. 올해도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한 달씩이나 남았다고... 남은 한 달을 아쉬워만 하지 말고 길을 나서자. 길을 나선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날들이다. 망설이지 않고 이 활동에 참여한 것이 너무 잘한 일이라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아서 너무 잘 한거라고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하며 오늘도 기대한다. 나의 가장 젊은 날은 오늘이라고 내게 말한다. 값진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자고...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오전 일정은 길림성 박물관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실은 중국어라 반은 들리고 반은 들리지 않음 ㅋㅋ) 중국 고대의 화려한 복식과 진귀한 유물들을 눈으로 감상했다.
거기서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깊은 문화적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길림관광문화주에 참석한 일행의 얼굴에서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볼 길림의 산천과 음식 문화도 기대가 된다. 맛있는 동북 음식(이름은 모르지만, 알려주지만 기억이 안 난다. 아~ 나이 탓인가)을 먹고 뻐스에 올랐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창밖에는 그저 눈 쌓인 들판과 눈꽃 덮인 나무... 너무 멋...있...다... 스르르 잠이 든다. 어디선가 들리는 코고는 소리 ...
오후에 도착한 곳은 매하구시에 있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우씨식당이였다. 순수한 조선족의 전통문화(민속놀이와 전통음식)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되여 있었고 한복을 입은 분들이 우리들을 맞이 해주셔서 다시 한번 일행들을 놀라게 했다. 비빔밥 만들기, 김치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가 준비되여 있었는데 이러한 준비가 수월하지는 않았으리라 느껴지고 주최측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와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즐기는 거라고 생각했고 한국, 로씨야, 인도, 따지크스딴, 꽁고, 단마르크, 영국, 카나다 등에서 온 친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장구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게 풍악을 즐겼다. 서로 어울리고 세계가 하나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자리가 되였다. 이 시간을 계기로 우리는 모두 편해질 수 있었고 많이 친한 사이가 된 듯했다. 눈색갈에 상관없이 그 곳에 계신 조선족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친절함과 열정, 열기가 우리들의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매하구시에 들어 오면서 작은 병원에서 핵산검사를 받을 때의 서운함이, 추워서 오돌오돌 떨던 기억이 눈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우리는 하나구나 라는 일심동체라는 기분까지 들게 했다. 밖은 얼음으로 뒤덮일 만큼 추웠지만 우리들의 마음만큼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였다.
12월2일
12월2일 날이 밝았다. 2021길림성문화관광주 나흘째인 오전에 통화통천주업(通化市通天酒业)에 갔다.
어제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일행은 중국의 술문화와 문자 문화 등에 대해 알게 되였다. 와인저장고를 둘러보며 그 규모에 놀랐고 현지 포도의 력사 문화와 포도주의 발전 과정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는 모두 맛있다고, 중국 술이 최고라며 이렇게 외쳤다.
아름다운 길림, 나 여기서 당신을 기다릴게요(吉林很美, 我在等你!)
오후에 도착한 곳은 장백산 만달리조트이다. 예쁜 리조트에서 온천을 ... 온천은 그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우리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할 만큼 편안했다.
와인저장고에서
요즘 코로나 시기인 것을 감안해서 인파가 많은 편은 아니였다. 그래서 더욱 편하고 시원했던 것 같다. 우리 동양인의 습관중 하나가 뜨거운 탕에 들어가면서 “시원하다~ ” 고 말한다. 서양인들은 뭐라고 할까?
생각을 잠간 접고 온천욕을 하다 보니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더라. 찬바람 맞으며 머리에는 눈이 덮이고 몸은 따뜻하고, 얼굴은 불그레해지고...
아, 정말 좋다. 길림의 겨울에는 눈꽃도 있고 온천도 있고 멋진 문화도 있네.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어떻게 불태우지? 우리 일행은 방으로 돌아와 결국 수다와 그것으로(?) 밤을 불태웠다. (상상은 하는 사람 마음)
12월3일
12월3일. 와우, 벌써 마지막 날이다.
아침엔 조금 느긋하게 근처 장백산 스키장에 올라갔다. 올라가는 곤돌라속에서 너무 무서워서 눈도 못 뜨고 , 겨우 올라갔는데 아, 어떻게 내려가지... 일단 올라갔으니 사진이나 왕창 찍어야지 생각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잡아서 사진 찍고.. 날씨가 좋으면 보인다는 천지가 보일까 기대하며...왔다 갔다 했네.
날이 조금 흐리고 눈발이 날리는걸 보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넘 멋진 산을 바라보며 올해의 마무리와 내년의 계획도 세워보고...잠깐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이 내일보다 가장 젊은 나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본다. 잘살고 있는건지... 이런 멋진 설경에서 생각한다.
중국은, 길림은, 장춘은 내게 많은 기회를 주었구나...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되지...
오후에 찾은 금강목옥마을은 완전히 통나무로 지어진 마을인데 옛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전병을 부치고, 불을 때고, 영양에 좋을 법한 음식을 먹는다. 파아란 하늘, 새하얀 눈, 눈 덮인 마을, 선량한 눈빛을 한 마을 사람들, 내 눈 속에 아름다운 길림의 농촌을 담아가려고 한참을 걸었다.
겨울에 하는 려행은 귀하다. 여러가지 악조건들을 생각해서 길 떠나기 힘들다. 이번에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이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을 품은 길림성을 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 이렇게 도시와 농촌을 보고, 길림의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중국 문화를 더욱 잘 리해하게 되였으며, 더 나아가 길림성을 리해하고 길림성을 더욱 사랑하게 되였다.
우리는 아마 앞으로 길림 전도사가 되여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내 귓가에는 吉林很美,我在等你!가 들리는 듯하다.
아름다운 길림, 나 여기서 당신을 기다릴게요.
작자 김미영
장춘한국인(상)회 부회장
장춘인문학원 한국어학과 겸임교수 장춘양지무역회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