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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연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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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승호| 작성일 :21-09-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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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기는 오랜 옛날부터 전승되어 오는 민족전래의 기예(技藝)의 하나로서 소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성들의 흥미를 끌어 제2차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음력 정초가 되면 해마다 우리 나라 각처에서 성행하여 장관을 이루었던 민속놀이였다. 연을 날리는 데는 연실을 한없이 풀어내어야 하므로 연날리기는 주위에 장애물이 없는 데서 행하여진다.

 


 

 

서울에서는 옛날 청계천변(淸溪川邊)이 중심지였고, 시골에서는 대개 신작로변이나 개울가 또는 동산 같은 데서 많이 날린다.

 

연을 날리는 시기는 음력 정월 초하루에서부터 보름까지가 본격적인데, 대체로 12월 20일경이면 벌써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연을 날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정월 보름 며칠 전이면 절정에 달하는데, 구경꾼들의 성원도 이때쯤에는 한층 더 열기를 띠게 된다.

 

아이들은 끊어진 연실을 걷느라고 서로 다투어 남의 집 담을 넘어 들어갈 때도 있고, 심지어 남의 집 지붕으로 올라가는 일도 있어 말썽을 빚기도 한다. 또 끊어져 나가다가 가라앉는 연을 줍느라고 논바닥 속으로 뛰어가다가 빠져서 옷을 버리기도 한다.

 

연날리기는 젊은이와 어른들도 많이 한다. 다른 연과 어울려서 끊어먹기를 많이 하므로 경기가 열기를 뿜는다. 다른 연을 끊어먹도록 하는 것을 ‘깸치 먹인다’고 하는데 이 끊어먹기는 대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청장년은 청장년들끼리 많이 한다.

 

연은 날리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한 곳에 머무르는 일이 없이 가로 세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도 하고 뒤로 물러갔다 급전진하는 등 자유자재로 날린다. 끊어먹기를 할 때에 연을 잘 끊어먹도록 하는 것은 연을 얼리는 이의 기술에 달리기도 한다.

 

연날리기는 정월 대보름 며칠 전에 성황을 이루고, 보름이 지나면 날리지 않기 때문에 대보름이 되면 ‘액(厄)연 띄운다.’ 하여 연에다 ‘厄’자 하나를 쓰기도 하고, ‘送厄(송액)’이니 ‘送厄迎福(송액영복)’이라 써서 날리고는 얼레에 감겨 있던 실을 죄다 풀고는 실을 끊어서 연을 멀리 날려 보낸다. 그러므로 보름이 지나서도 연을 날리는 이가 있으면 ‘고리백정’이라고 놀려대고 욕한다.

 

연날리기에 대한 세시풍속은 18세기 말엽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 京都雜志≫와 19세기 초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 洌陽歲時記≫ 및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에 그 기록이 보인다.

 

≪경도잡지≫ 상원조(上元條)에 “아이들이 액자를 연에다 써서 해질 무렵에 줄을 끊어 날려 보낸다. 그 날리는 법도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종횡으로 휩쓸어 남의 연과 마주쳐 남의 연줄을 많이 끊어 쾌락을 삼는다.

 

실을 겹치고 아교를 문질러 매끈하기가 흰말 꼬리 같다. 심한 사람은 자석가루나 구리가루를 바르기도 한다. 그러나 연줄을 잘 교차시키는 능력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서울 장안 아이들 중에 연싸움 잘하기로 이름난 아이는 양반집이나 부잣집에 가끔 불려가기도 한다.

 

매년 정월보름 전 하루 이틀은 수표교(水標橋) 연변 상하를 따라 연싸움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담을 쌓듯이 모여 선다. 여러 아이들은 기다렸다가 연줄을 끊는데, 혹은 패하는 연을 따라 담을 넘고 집을 뛰어넘기도 하므로 사람들은 대개 두려워하고 놀란다. 그러나 보름이 지난 다음에는 다시 연을 날리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연날리기는 세계 여러 민족들 사이에 다 있는 풍속이지만, 각기 그 모습이 약간씩 다르다. 말레이시아나 태국 같은 나라에서는 해안지대에서 주로 많이 날리는데, 연을 잠시 날렸다가는 얼마 뜨지 못하고 곧 지상으로 내려오므로 이 지역에서의 연날리기란 그저 곧이어 내려오는 연을 자주 공중으로 날려보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연실을 풀어서 높이 날리기는 하여도 우리 나라에서와 같이 서로 끊어먹기를 한다든가 자유자재로 기술을 부리면서 연을 날리는 일은 없어 보인다.

 

그것은 일본의 빈대머리 ‘다루마(達磨)’형 연이나 ‘후카(상어)연’·‘가메고바다연’·‘분부쿠연’ 같은 것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자유자재로 또는 끊어먹기는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레이시아나 태국의 물고기·새모양의 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나라 연은 크고 작은 것들을 막론하고 그 전부가 짧은 장방형 사각(四角)으로 되어 있으며, 바람을 잘 받아 잘 뜨게 되어 있을 뿐더러 연의 가운데에 둥글게 방구멍이 뚫어져 있어 강한 바람을 받아도 바람이 잘 빠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바람이 다소 세더라도 연 몸체가 상할 염려가 없다.

 

머릿달이 유선형으로 되어 있으므로 항상 바람을 많이 받고 있는 연 이마 쪽에 바람이 강하게 부딪히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달을 대지 않아 아래 몸체가 가볍게 되어 있으며, 머릿달 양쪽 귀와 가운데 구멍에 열 십(十)자로 교차되는 데와 꽁숫달 좌우에 연실을 좌우에서 비스듬히 또는 아래에서 올라와 가운데 줄과 한데 모여 느리게 매어서 날리게 된다. 그러므로 저절로 연 자체가 또는 그 일부분이 연실 조종여하에 따라 자유자재로 기동성 있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날리는 솜씨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좌우로 우회하거나 급강하·급상승, 후퇴·전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또, 그뿐만 아니라 날리는 사람도 자기 연을 전혀 볼 수 없으리만큼 얼마든지 높이 날릴 수 있다. 이것은 연날리는 사람의 솜씨도 솜씨려니와 우리 나라 연의 형태가 자유자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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